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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솔루션 웹툰

아담과 하와가 섰던 에덴동산

by 김기준 2025. 8. 2.

전지자가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아담과 하와, 그리고 그들과 닮은 오늘의 한 인간의 유혹과 선택, 책임의 순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아담과 하와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섰던 에덴동산, 그 숲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
신은 말씀했다. “이 열매만은 먹지 말라.”
단순해 보였던 명령이지만, 모든 인간의 마음은 처음부터 그 명령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오래 후, 시간과 공간을 건너, 또 한 명의 인간이 현대 사회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도 알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삶 한가운데 ‘그 열매’가 도사리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그의 심리를 전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보자.

그는 아침부터 불안했다. 이른 출근길, 지하철 어딘가로 눈길을 던지며 그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봤다.
지나가는 사람들, 들고 있는 스마트폰, 순간의 한숨과 미소 뒤에는
어젯밤 고민했던, ‘작은 거짓’을 아직 결심하지 못한 자신이 있었다.

“모두가 다들 저 정도쯤은 하는 걸까?”
이렇게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은 변명이란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사실 이 순간, 그는 에덴동산에 선 하와와 다를 게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대신 동료와 상사의 목소리가 그를 향해 잔잔하게 파도처럼 밀려온다.

“보고서만 살짝 손봐도 돼. 결과는 똑같을 거야.”
그의 머릿속엔 하와가 선악과를 바라볼 때 떠올린 생각,
‘먹으면 정말 죽을까, 아니면 더 큰 무엇을 얻을까’
그 불완전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 그 내면에는 늘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하나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자기를 합리화하고,
다른 하나는 ‘이 선택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경고한다.

그는 이른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서 튀어나온 불빛은 선악과의 붉은 색처럼 아찔하고 유혹적이었다.
한 손은 마우스를 잡고, 다른 손은 자신의 심장을 붙들고 있었다.

이 순간, 그는 세상에 오직 혼자 남겨진 듯한 고독을 느꼈다.
전지자는 알고 있다.
그가 거짓 보고서를 단 한 번이라도 수정하면 이후,
자기 합리화의 속삭임이 점점 커져
결국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습관이 될 것임을.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초등학생 시절, 남의 숙제를 몰래 베끼고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날 이후 그는 아무도 모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전지자가 보기에,
그의 내면은 그날의 작은 거짓에서부터 조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꾸중, 친구의 시선, 스스로에게 느낀 수치심들.
이 모든 경험들이 쌓여 오늘의 그의 심리를 이루었다.
그래서 오늘, 이 작은 선택 앞에서 느끼는 불안은
결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성장한다.
작은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큰 결정의 순간을 만든다.

그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번만, 진짜 이번만….”
하지만 전지자는 그가 반복적으로 그 말을 쓸 것임을 안다.

‘한 번쯤’은 항상 ‘또 한 번’이 되고,
결국 책임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러나 아직, 그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문득 창밖을 본다.
어릴 적 중학교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네가 무엇을 하든, 네가 네 스스로에게 떳떳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라.”

전지자는 인간의 심리를 훤히 꿰뚫어본다.
즉각적인 유혹보다, 그 유혹을 거부하는 순간의 심리적 고통과
그 이후의 안도감, 그리고 스스로를 지켜냈다는 자존감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는지도 알고 있다.

그는 잠시 고민 끝에, 아무것도 수정하지 않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결정은 겉보기엔 사소하지만, 그의 내면에선 아주 큰 변화였다.

전지자는,
그가 양심을 지키는 이 순간에도 잠깐 불안에 시달릴 것임을 알고 있다.
팀장의 눈총, 동료의 침묵, 혹은 실망스러운 결과에 견뎌야 할 책임.
하지만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는 그날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임도 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유혹 앞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그 갈등 속에서 양심을 따를 때 진짜 자유를 얻으며,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받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선악과’ 앞에 서 있다.
전지자는 모든 인간의 고민과 흔들림을,
그 심리적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도 다 안다.

탄식과 갈등, 아주 작은 떳떳함과 후회.
이 모두가 한 인간을 깊게 만든다.
진정한 책임이란,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내린 선택을 온전히 껴안을 때 완성됨을
전지자는 오랫동안 지켜보며 알고 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본다.
오늘, 그는 자신의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그는 아주 작게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오늘 나는 나를 지켰다”는 안도감의 증표였다.

수많은 유혹과 선택 속에서,
인간은 끝없이 흔들리고 또 흔들리지만
양심의 작은 선택이 쌓여 결국
자신만의 에덴, 자신의 마음속 평화를 만들어낸다.

전지자는 다시 말한다.
“너는 오늘, 네 앞의 선악과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
그 질문은 앞으로도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 반복될 것이다.